제주도는 ‘삼다도(三多島)’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삼다도란 ‘세 가지가 많다’는 뜻인데, 그 세 가지는 바로 바람, 여자, 돌이다.
이 별칭은 단순한 유행어가 아니라,제주의 자연환경과 역사, 민속을 요약한 매우 상징적인 표현이다.
이번 글에서는 왜 제주가 삼다도라 불리게 되었는지, 그 유래와 배경, 그리고 각 요소가 만들어낸 문화적 특성을 살펴본다.
1. 바람이 많은 섬 – 제주의 바람과 그 삶
제주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람이 강하게 부는 지역이다.
한라산을 중심으로 한 고도 차이, 사방이 바다인 지리적 특성, 겨울철 북서풍과 여름철 남동풍이 교차하는 구조 때문에
연중 대부분 바람이 불고, 때론 태풍도 자주 지난다. 하지만 이 바람은 단지 불편한 자연현상이 아니다.
바람은 제주의 문화를 형성한 중요한 요인이었다. 예를 들어, 바람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정낭(삼방지문)’, ‘돌담 마을 구조’,
‘초가지붕의 얕은 처마’ 등은 모두 강한 바람과 공존한 제주 사람들의 지혜를 보여준다.
또한, 바람은 해녀 문화와도 연결된다. 물질을 마치고 올라온 해녀들이 숨을 고르는 소리는 마치 파도에 실린 바람 소리처럼 들리며,
이는 ‘숨비소리’라 불리는 독특한 제주 음향문화로 남아 있다.
대표적인 ‘바람 명소’로는
- 송악산 바람의 언덕,
- 성산일출봉 인근 해안도로,
- 표선 해수욕장 주변 해안길이 있으며,
이곳을 걸으면 제주의 바람이 가진 힘과 서정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2. 여자가 많은 섬 – 해녀와 여성 중심 공동체
‘삼다도’의 두 번째는 여자(女性)가 많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인구 수의 문제가 아니다.
역사적으로 제주도는 남성 인구가 부족하거나 유배, 징병, 출향 등으로 떠나는 경우가 많아 여성들이 집안을 지키고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시기가 길었다.
그 대표적인 상징이 바로 해녀(海女)다. 제주 해녀는 물질(잠수 채집)을 통해 가족을 먹여살렸고,
동시에 마을 공동체의 어엿한 구성원으로 인정받았다. 그들은 바다를 삶터로 삼으며,
위험을 무릅쓰고도 수십 년간 물질을 계속해온 자립적인 생명체였다.
또한, 제주 여성들은 농사, 집안일, 제례까지 모두 담당하며 사실상 가족과 마을의 중심축이었다.
이러한 전통은 지금도 이어져 제주에서는 여성의 지위가 높고, ‘할망’이라는 단어가 존경과 친근함을 동시에 가진 표현으로 사용된다.
여성 문화의 대표 장소로는
- 해녀박물관(구좌읍 하도리),
- 삼승할망당,
- 해녀조합활동 기록관(제주시) 등이 있으며,
이곳은 ‘여자 많은 섬’의 역사적 배경을 보다 깊이 체험할 수 있다.
3. 돌이 많은 섬 – 화산섬의 운명과 건축의 지혜
제주는 약 180만 년 전부터 화산 활동으로 생겨난 화산섬이다.
따라서 이 섬에는 온통 돌, 그것도 현무암으로 가득하다.
들판에도, 마당에도, 심지어 길가에도 크고 작은 돌들이 넘쳐난다.
이 돌은 때로는 곤혹스럽지만, 제주 사람들은 그것을 삶의 재료로 삼았다.
돌로 담을 쌓고, 집을 짓고, 무덤을 만들고, 심지어 신의 형상을 본떠 돌하르방도 세웠다.
제주 돌담의 특징은 시멘트를 쓰지 않고 돌만으로 쌓은 것인데, 이는 바람을 통과시키면서도 무너지지 않는 놀라운 구조다.
제주의 초가집 또한 돌담 + 얕은 지붕 구조로 바람과 돌, 두 자연적 요소가 결합된 결과물이다.
돌 문화와 관련된 대표 장소로는
- 제주돌문화공원,
- 민속촌의 전통가옥지구,
- 제주시 삼양동의 흑석해안 등이 있다.
돌은 제주의 풍경 그 자체이며,신화적으로도 설문대할망, 돌하르방, 산신신앙 등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결론: 제주 삼다도, 섬의 본질을 담은 세 가지
제주가 ‘삼다도’라 불리는 이유는 단순히 자연현상이 아니라,
그 자연을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냈는가에 대한 문화의 요약이다.
바람은 제주의 구조를 만들었고, 여성은 제주의 중심을 세웠으며, 돌은 제주의 몸을 이루었다.
오늘 소개한
- 송악산 바람의 언덕,
- 해녀박물관과 할망당,
- 제주돌문화공원 외에도
‘삼다’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은 수없이 많다.
삼다도는 곧 자연과 인간, 불편함과 지혜,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는 살아 있는 제주 그 자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