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제주를 떠올리면 푸른 하늘과 에메랄드빛 바다, 시원한 바람과 함께 사람들로 북적이는 해변 풍경이 그려진다.
하지만 진짜 제주를 알고 싶다면, 조금 더 조용하고 덜 알려진 ‘숨은 해변’을 찾아가 보자.
사람이 적어 조용하고, 자연 그대로의 풍경이 살아 있는 숨은 해변 다섯 곳을 소개한다.
이곳들은 여행객이 아닌 ‘제주에 사는 사람들’이 여름이면 먼저 찾는 장소이기도 하다.
1. 판포포구 – 현지인들의 여름 피서지
제주시 한림읍 판포리에 위치한 판포포구는 유명한 해수욕장은 아니지만,
현지 주민들이 매년 여름 가족들과 함께 물놀이를 즐기는 조용한 바닷가다.
이곳의 가장 큰 매력은 아주 얕은 수심과 맑은 바닷물이다.
파도가 거의 없어 아이들이 놀기에도 안전하고, 물이 빠질 때면 드러나는 넓은 바닷길을 따라 걷는 재미도 쏠쏠하다.
포구 근처에는 바다를 내려다보는 벤치와 나무 그늘 아래 앉을 수 있는 쉼터도 마련돼 있다.
근처에 간이 샤워장도 있으며, 작은 카페가 여럿 자리해 시원한 음료와 바다 풍경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상업 시설이 과하지 않아 자연과 가까운 휴식을 원하는 이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썰물 시간대에 드러나는 물고기와 게를 관찰하거나, 신발을 벗고 얕은 바닷속을 걸어보는 것도 판포포구의 묘미다.
2. 화순금모래해변 – 제주에서 드문 황금빛 모래사장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리에 자리한 이 해변은 이름 그대로 황금빛의 고운 모래로 이루어진 특이한 지형을 자랑한다.
제주 대부분이 검은 현무암 해안인 데 반해,
이곳은 동남아 해변처럼 밝고 따뜻한 색감의 모래밭이 펼쳐져 있어 시각적인 아름다움이 크다.
해변 가장자리에는 넓은 암반지대가 드러나 있어 아이들과 함께 바위틈에 사는 조개와 소라를 관찰할 수 있으며,
물이 얕고 조용하여 가족 단위로 방문하기 좋다.
또한 해변 뒤쪽에는 소나무 그늘이 길게 이어져 햇살을 피하며 돗자리를 펴고 쉴 수 있는 천연 피서 공간이 있다.
근처에는 화순곶자왈과 올레 10코스도 이어져 있어 바다를 즐긴 후 자연 산책을 함께 할 수 있는 코스로도 적합하다.
야영이 가능한 공간과 샤워장, 간이매점도 마련돼 있어 하루 종일 머무르기에도 불편함이 없다.
3. 신창풍차해안도로 – 풍차가 있는 드라이브 해변
제주시 한경면 신창리를 따라 뻗은 이 해안도로는
‘풍차 해안도로’라는 이름답게 커다란 풍력 발전기와 바다가 나란히 펼쳐진 풍경으로 유명하다.
단순한 도로가 아니라, 곳곳에 작고 평평한 바위 해변이 숨겨져 있어
현지인들이 텐트를 치거나, 돗자리를 펴고 바다를 즐기는 장소로 활용된다.
바닷물은 깊지 않고 바람이 세게 불어 한여름에도 열기가 금세 가신다.
그늘 아래 놓인 벤치와 작은 평상, 돌로 만든 좌석들은 지역 주민들이 직접 만들어놓은 것으로
자연 속에서 사람의 손길이 느껴지는 장소다.
풍차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 좋고, 날씨가 맑은 날에는 한라산 능선과 차귀도가 멀리 보이기도 한다.
많은 관광객이 모이는 해수욕장보다, 한적하게 산책하거나 잠시 차를 세워 여름 바다를 감상하고 싶다면
이곳만큼 좋은 장소도 드물다.
4. 김녕성세기해변 – 화이트 비치와 민트빛 바다의 조화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에 위치한 이 해변은 햇살에 반사되는 하얀 산호 모래와 청록빛 바다색이 인상적인 곳이다.
물빛이 정말 맑고 깨끗해 동남아 리조트 해변을 연상시키며, 사진 촬영지로도 SNS에서 매우 인기가 높다.
수심이 완만하고 파도가 잔잔해 수영하기에 매우 적합하며,
해안선을 따라 걸으면 제주 특유의 현무암 절벽과 바위들도 감상할 수 있다.
주변에 소박한 해녀식당, 수산시장도 있어 물놀이 후 신선한 해산물을 즐기기 좋다.
김녕성세기해변은 해가 질 무렵 붉게 물드는 풍경이 특히 아름답고, 조명이 없어 별 사진을 찍기에도 최적이다.
관광객이 몰리는 시간대를 피해 오전 이른 시간이나 평일에 찾으면 한적하고 평화로운 여름을 만끽할 수 있다.
5. 삼양검은모래해변 – 몸도 마음도 치유되는 바다
제주시 삼양동에 위치한 이 해변은 제주에서 유일하게 검은 모래로 된 특수한 해변이다.
이 모래는 화산재와 현무암 입자가 부서져 만들어졌으며,
과거부터 피부염이나 관절염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치유 해변’으로 불렸다.
현지 주민들 사이에서는 여름철 이 모래 위에 누워 땀을 빼는 모래찜질이 유명하며, 바닷물도 따뜻하고 수영장처럼 조용하다.
삼양은 제주 시내에서 가장 가까운 해변 중 하나로 교통이 편리하며,
주변에 삼양해수사우나, 찻집, 한정식집이 모여 있어 당일 코스로 적합하다.
아침 산책과 명상 장소로도 인기가 높고, 붉은 석양이 물든 해변은 사진가들의 단골 출사지이기도 하다.
관광객보다는 현지인 비율이 높은 이 해변은 제주 여름의 진짜 얼굴을 보여주는 조용한 명소다.
결론: 바다 너머의 여름, 조용한 제주의 얼굴
바다라고 모두 같은 바다가 아니고, 제주라고 모두 같은 여행지가 아니다.
오늘 소개한 숨은 해변 다섯 곳,
- 판포포구
- 화순금모래해변
- 신창풍차해안도로
- 김녕성세기해변
- 삼양검은모래해변
은 화려하진 않지만, 제주의 여름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곳들이다.
당신이 복잡한 해수욕장 대신 조용하고 진짜 제주의 바다를 만나고 싶다면, 이 해변들에 발을 디뎌보라.
그곳에서 바람, 햇살, 모래, 파도가 전해주는 제주의 여름 이야기를 만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