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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가 삼다도인 이유는? 세 가지가 많은 섬의 진짜 뜻

by Universe&Bless 2025. 4. 26.


누군가 “제주는 어떤 섬이야?”라고 묻는다면, 많은 이들이 이렇게 답할 것이다.
“삼다도(三多島)지. 바람 많고, 여자 많고, 돌이 많은 섬.”

이처럼 ‘삼다도’는 제주의 정체성을 간단하고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다.
하지만 단순한 지역 특성 설명을 넘어,‘삼다’에는 제주의 자연환경, 사회 구조, 문화의 역사가 오롯이 담겨 있다.
그렇다면 제주가 왜 삼다도라고 불리게 되었을까?
이제 그 ‘진짜 뜻’을 따라 제주의 속살로 들어가 보자.

1. 바람이 많은 이유 – 지리와 기후가 만든 바람의 섬

제주도는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인 섬이자, 중앙에 높이 솟은 한라산(1,947m)을 중심으로 기후가 극단적으로 갈리는 지형을 가지고 있다.이 때문에 바람이 고여 있지 않고, 사계절 내내 섬을 가로질러 분다.

특히 겨울에는 시베리아 대륙에서 불어오는 북서풍이, 여름에는 남태평양에서 올라오는 남동풍이 섬 전체를 관통하며 바람의 섬 제주를 만든다.
이 바람은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줬지만,
동시에 제주의 집과 마을 구조, 농업 방식, 공동체 풍습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예를 들어,
- 집 앞의 ‘정낭’은 바람을 막는 울타리 역할,
- 돌담은 바람이 잘 빠지도록 쌓은 지혜의 산물,
- 초가집의 지붕은 얕고 기울어져 바람 저항을 최소화함.

또한, 바람은 해녀들의 ‘숨비소리’,즉 물질 중 숨을 고를 때 내는 호흡음과도 연결된다.
바람은 삶의 일부였고, 문화의 소리였다.

2. 여자가 많은 이유 – 해녀와 여성 중심 사회의 배경

제주도는 유독 ‘여자’가 많은 섬으로 알려져 있다.
이 표현은 단순히 여성 인구 비율이 높다는 뜻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제주에서는 여성이 주체가 된 생존 문화와 사회 구조가 뚜렷했기 때문이다.

특히 해녀는 제주의 삼다를 상징하는 여성의 대표 아이콘이다.
해녀들은 깊은 바닷속으로 들어가 소라, 전복, 해초 등을 채집해 가족의 생계를 꾸렸고, 남성 중심 사회에서 보기 드문 자립적 존재로 자리했다. 게다가 조선 후기부터 일제강점기까지, 제주 남성들은 징병, 노역, 유배 등으로 외부로 끌려가는 경우가 많았고,
남겨진 여성들이 가정을 꾸리고 공동체를 이끌었다.

그 결과,
- 제주의 제례는 여성도 주도할 수 있었고,
- 여성의 의견이 가정과 마을에서 존중되었으며,
- ‘할망’이라는 단어는 노인이자 지혜자의 뜻을 갖게 되었다.

이런 이유로 제주를 다룬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에서는 ‘강인한 여성’과 ‘바다와 맞서는 삶’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이는 제주가 단순한 섬이 아닌 여성의 삶이 중심이 된 섬임을 상징한다.

3. 돌이 많은 이유 – 화산섬의 본질과 돌 문화

제주는 전 세계적으로도 독특한 화산섬 지질을 가진 지역이다.
한라산을 중심으로 흘러내린 용암이 굳어 현무암 지형을 만들었고,
그 결과 섬 전체가 돌 천지가 되었다.

이 돌은
- 농사를 방해했고,
- 집터를 덮었고,
- 길을 가로막기도 했다.

하지만 제주 사람들은 이 돌을 버리지 않고, 삶 속으로 끌어들였다.
돌담을 쌓고, 정원을 만들고, 심지어 신을 돌로 만들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돌하르방이다.
마을 입구에 세워진 돌하르방은
- 질병과 나쁜 기운을 막고,
- 마을을 수호하며,
- 신령한 존재로 여겨졌다.

제주의 전통 초가집 역시
돌담 + 짚지붕으로 구성되어 바람과 돌, 자연이라는 조건을 함께 고려한 결과물이었다.

돌 많은 섬 제주는 돌을 이겨내는 법이 아니라, 돌과 살아가는 법을 만들어냈다.

결론: 삼다도, 단어 그 이상의 제주

‘삼다도’는 세 가지가 많다는 단순한 설명을 넘어서
제주의 자연, 역사, 문화, 사람의 이야기를 모두 담고 있는 말이다.
바람은 삶의 형식,
여성은 삶의 중심,
돌은 삶의 재료였다.

오늘 소개한
- 바람 명소: 송악산 바람의 언덕, 새별오름
- 여성 문화: 해녀박물관, 삼승할망당
- 돌 문화: 돌문화공원, 민속촌, 삼양 흑석해안 등은
삼다의 의미를 실제로 체험할 수 있는 곳들이다.

제주를 여행할 때, 단순히 ‘풍경을 보는 여행’에서 ‘삶의 방식과 신화의 이야기를 걷는 여행’으로 바뀐다면
그때 비로소 우리는 진짜 삼다도를 만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