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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함께 걷는 제주길 (당, 굿당, 돌하르방, 신성 장소 스팟 여행)

by Universe&Bless 2025. 4. 26.

해변의 돌하르방


제주도는 겉으로 보면 자연의 섬이지만,
그 속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온통 ‘신의 섬’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마주치는 작은 돌무더기, 나무 아래 숨은 제단,해풍을 맞으며 서 있는 돌하르방 한 기.
이 모두가 신의 흔적이자 사람들의 기도다.
이번 글에서는 제주의 ‘신들이 머무는 길’을 따라 본향당, 마을당, 돌하르방, 굿터 등
눈에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신성한 공간들을 여행해본다.

1. 본향당 – 마을을 지키는 신의 집

본향당(本鄕堂)은 제주에서 마을의 수호신을 모시는 가장 대표적인 신당이다.
제주의 거의 모든 마을에는 그 마을의 ‘본향신’이 존재하며, 이를 모시는 당은 대개 큰 나무 아래, 해변 언덕, 바위 틈에 조성된다.

대표적인 본향당으로는
- 관덕정 본향당(제주시 중심),
- 애월 본향당,
- 온평리 본향당(서귀포시 동부) 등이 있다.
이들 당은 대부분 마을 주민들이 정기적으로 굿과 제례를 올리는 장소이며,
‘신이 직접 머문다’고 믿어 청결과 금기를 중시하는 공간이다.

특히 관덕정 본향당은 제주 중심지에 위치하면서도 주변 고층빌딩 사이에 정갈한 제단과 신목이 보존되어 있는 공간이다.
매년 음력 2월에는 이곳에서 제주시민들이 모여 공동 제례를 열며 도시 안의 신화적 흔적을 지켜가고 있다.

제주의 본향당은 단순한 신당이 아니라, 마을 전체의 뿌리와 소속감을 상징하는 장소다.
누가 그 마을의 본향신인지, 어떤 제물이 필요한지, 언제 굿을 하는지는 모두 그 마을 공동체의 문화유산으로 이어진다.

2. 굿터와 마을당 – 굿이 열리는 신성한 현장

제주의 마을마다 ‘당’과 ‘굿터’는 실생활 속에 깊숙이 녹아 있다.
주민들은 여전히 당에 기도하러 가고,정기적인 마을굿이 열리면 마을 전체가 공동체로 작동한다.

대표적인 굿당은
- 연미당(제주시 조천읍),
- 신촌당(제주시 구좌읍),
- 표선 당굿터(서귀포시 표선면) 등이다.

연미당은 바닷가 바위 위에 조성된 신당으로, 태풍을 막고 어촌의 평온을 기원하는 용신 제사가 열리는 장소다.
신촌당은 육지와 바다의 경계에 위치해,마을 공동체가 바다와 농사의 신 모두를 함께 기리는 공간이다.
표선의 굿터는 해녀 공동체 중심으로 굿이 이루어지며, 영등할망, 용왕신, 삼승할망 등이 동시에 모셔지는 복합 신성 장소로 꼽힌다.

이들 굿터는 단순한 전통유산이 아니라 마을 정체성과 공동체 기억이 녹아든 공간이다.
굿이 열리는 날은 신이 마을에 방문하는 날이며, 모든 이들이 하나 되어 노래하고 기도하는 축제의 장이 된다.

3. 돌하르방 – 제주 신앙의 조용한 수호자

제주를 대표하는 상징물 돌하르방(돌 할아버지)은 단순한 조형물이 아니다.
그는 마을 입구를 지키는 수호신이며, 액운을 막고 복을 불러오는 성스러운 존재였다.

돌하르방은 18세기 조선시대에 제주 목사가 도내 여러 성문 앞에 세운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는 그 이전부터 존재한 고유 신앙 조형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돌하르방은 대개 두 손을 아랫배에 모은 채, 넓은 이마와 크고 단단한 눈을 하고 있으며, 표정은 온화하지만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이러한 형상은 단지 장식이 아니라 제주의 신적 보호자로서의 역할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돌하르방이 가장 많이 보존된 곳은

- 제주돌문화공원,
- 제주 민속촌,
- 제주시 관덕정 일대,
- 삼양동, 한경면의 오래된 당터 주변 등이다.

돌하르방은 제주에 신이 있다는 것을 상징하는 가장 조용하고 묵직한 증거다.

결론: 제주, 신이 걷는 섬

제주의 길은 곧 신의 길이다.
아무도 없는 숲길, 해안 바위 위, 오래된 당나무 아래에 수백 년 동안 마을 사람들의 기도가 쌓였다.
그 자리에 신이 머물고, 굿이 울리며, 돌하르방이 묵묵히 지켜보고 있다.

오늘 소개한
- 관덕정 본향당,
- 연미당,
- 신촌당,
- 표선 굿터,
- 돌하르방이 지키는 옛 마을 입구들 외에도,
대정읍의 당산나무길, 조천의 본향신벽화, 하도리의 영등당,
그리고 제주의 숱한 이름 없는 신목과 석물들 또한신과 함께 걷는 제주길의 일부다.

이 섬은 여전히 신과 사람이 함께 사는 공간이다.

우리는 그 길을 걸으며 신의 발자취를 따라 자연과 사람, 기억과 문화가 교차하는 제주만의 시간을 만나게 된다.